모나미 사옥에서 송하경 한국애견연맹 신임 총재와 본지 전안나 편집국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권이민수 기자)
반려 인구 1,500만 시대. 네 집 건너 한 집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관련 업계는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대기업들도 반려동물 산업에 점차 눈을 돌리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반려견 놀이터와 테마파크, 여러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주민들의 행복한 반려 생활을 지원하고 반려동물 동반 식당과 카페, 숙박업소도 증가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문화와 산업이 발달하는 만큼, 올바른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대표 애견단체 ‘한국애견연맹’은 그간 반려동물 산업과 문화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며 앞장서 왔다. 특히 최근 한국애견연맹은 송하경 신임 총재를 맞이하며 새로운 발걸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애견신문은 3월 15일 모나미 본사에서 송 신임 총재를 만나 국내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물었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송 신임 총재의 모습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났다. 국내 대표 기업인이자 국내 대표 애견단체의 총재가 된 송하경, 그에게 국내 반려동물 문화의 오늘과 내일을 들어본다.

한국애견연맹 총재로 선임된 송하경 신임 총재 (사진=한국애견연맹)
1. 독자님들께 간단한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한국애견연맹의 총재로 선임된 송하경입니다. 우리 반려동물 산업은 우리나라 국격에 비해 수준이 많이 낙후돼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향해 ‘개 식용하는 나라’라며 편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고요. 그런데 최근 국내의 식견이 높으신 반려인들, 여러 매체의 도움과 관심 덕분에 반려 문화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이제 우리 반려동물 산업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는 모두 우리 반려인들이 열심히 개들을 진정 사랑하고 보호해준 덕분입니다.
2. 이번에 한국애견연맹의 총재가 되셨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전임이신 박상우 총재님께서 행정가답게 아주 탄탄한 기틀을 마련해주셨습니다. 저는 사업가기 때문에 반려인들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와 관련 산업이 번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국내를 넘어 세계까지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반려견과 삶을 공유한 송하경 신임 총재 (사진=모나미)
3. 원래 개를 좋아하셨나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개랑 같이 있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개를 좋아하고 말고를 떠나 그런 감정이 있기 전부터 개와 함께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개가 없으면 허전합니다. 보통 어린이들 보면 용돈 모아서 장난감도 사고 간식도 사 먹고 하는데요. 저는 어릴 적에 장난감이나 간식보다는 개와 관련된 책을 사서 품종을 다 외우고 다녔었어요. 특히,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제가 ‘복서’라는 품종견에 꽂혔었어요. 그 개는 지금도 귀한 편인데 1970년대는 더욱 귀했었거든요. 그래서 전화번호부 책에서 동물병원이란 병원은 싹 찾아 연락했었던 적이 있었어요. 서울 효자동에 있는 한 동물병원에 복서 새끼가 있어서 그렇게 입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상당히 많은 개를 기르고 있어요. 집에는 소형견이, 회사 옥상에는 대형견들이 있죠. 저는 제가 예뻐해 주고 아껴줄 수 있는 소형견도 좋지만, 좀 더 액티브하게 일상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대형견이 더 좋은 거 같습니다. 제가 훈련에도 관심이 많아 훈련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직원들과 같이 출전도 했었어요.
4. 한국애견연맹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한국애견연맹은 1980년대 ‘한국애완동물보호협회’시절부터 함께 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형견을 좋아하고 키우다 보니 대형견들과 도그쇼에 나갈 기회가 많이 생겼습니다. 그 도그쇼가 인연이 돼 한국애견연맹과 함께하게 됐죠.

5. 다른 애견단체와는 차별화된 한국애견연맹만의 방향성이나 가치가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일단 한국애견연맹은 사단법인입니다. 사단법인은 근본적으로 개인 한 명이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닌 가입된 회원들 하나하나가 협동해서 운영하는 단체라는 뜻이죠. 이익 단체가 아닌 모든 수익이 반려인과 업계에 환원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희 한국애견연맹은 그 목적 자체가 동물과 반려 문화, 업계의 활성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그쇼와 같은 사업들은 장삿속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공정하고 깨끗하게 운영됩니다. 심사위원도 외국에서 초청해 정확하고 타이틀 관리도 확실하죠. 최근에는 새로운 브리더들이나 젊은 층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단체 활동에 참여해주고 있어요. 코로나19로 많이 어려운 요즘인데, 한국애견연맹이 하나의 장이 돼서 반려동물 관련 업계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점에 큰 자부심이 있습니다.
6. 한국애견연맹은 한국의 진도견을 국내 최초로 세계애견연맹 334호 국제 공인견으로 등록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한 바 있는데, 그 과정을 자세히 들려주신다면?
한국은 어려서부터 진도견이 세계 최고의 개라고 교육받아서 굉장히 자부심이 넘치는 데 반해 진도견은 공인 전에 수출도 불가하고 해외에서 인정도 못 받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진도견 공인을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죠. 그런데 세계 단체에서 함부로 아무 종이나 공인해주지 않아요. 그래서 공인 작업은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보통 하나의 품종을 등록하려면 8개의 서로 다른 DNA가 있어야 해요. 그 DNA의 주인공인 개들이 일정한 규격의 스탠다드여야 하고요. 보통 믹스견들은 여러 DNA가 섞여 있어서 새끼를 낳게 되면 일정하지 않고 막 섞여서 나와요. 반면 스탠다드는 일정한 모습의 새끼들이 나옵니다. 이처럼 하나의 품종견을 공인받으려면 8개의 다른 라인이 있고 그 라인 안에서는 항상 일정한 모습의 개가 나온다는 것이 증명돼야 해요. 이런 과학적인 증명 과정이 있어야 공인이 가능해져요. 진도견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서 공인에 성공했습니다.

모나미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 중, 본지 전안나 편집국장에게 한국애견연맹의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송하경 신임 총재 (사진=권이민수 기자)
7. 한국애견연맹은 지난 1986년 반려 문화가 전무한 상황에서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 업무를 처음 시작한 바 있습니다. 당시 어떤 활동을 했었나요?
당시는 88 서울 올림픽을 앞둔 상황이었는데요. 해외의 반려인들이 보기에 한국은 ‘개를 먹는 민족’이라고 폄하 받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문제가 많았죠. 프랑스의 한 배우가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거든요. 한국애견연맹은 정부 산하단체로 지원도 받고 있었으니 이런 이미지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바꾸고 나서게 된 거였습니다. 당시 바뀐 이름이 ‘애완동물 보호협회’였는데요.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아직 없던 시절이어서 애완동물입니다. 그만큼 동물 보호도 안 되고 법도 없어서 무질서한 상황이었죠. 저희는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에 대한 목소리도 내고, 도그쇼 같은 행사도 개최하면서 이미지 변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8. 현재 국내 반려동물 산업은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고 반려 문화도 점차 성숙해지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동물 학대나 개 물림 사고 등의 문제가 지속되기도 하는데요. 더욱 국내 반려동물 업계와 문화 성장을 위해 조언을 남겨주신다면?
사고가 일어나니 단순히 개들이 잘못이라며 일부 대형견을 맹견으로 분류해서 만들어 따로 관리하는 것은 조금 공무원적인 사고방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돈을 들여서 비싼 개를 사고 좋은 개를 수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개들을 어떻게 훈련을 시켜서 사회화할 것인가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훈련이 돼야 이 개들이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인데 사람들은 어떻게 좋은 개나 희귀한 개를 만들어 SNS에 올릴까만 생각하는 거 같아요. 개는 폼 잡는 용도가 아닌데 말이죠. 저희가 보통 개를 입양하면 배변 훈련부터 시키잖아요. 그것도 큰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반려 훈련이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멈추면 안 돼요. 개가 외부에 나갔을 때 함부로 짖지 않게 하고, 사람들이 만졌을 때 물지 않게 하고, 기다려야 할 때 참을성 있게 기다리게 해야지 진정한 반려의 시작인 겁니다.
최근 제가 영국에 다녀왔습니다. 영국에 가보면 식당마다 앞에 물통이 있어요. 개들이 목을 축일 수 있게 만들어둔 거죠. 개들은 그 물통에서 자유롭게 물을 마시고 보호자 옆에 자연스럽게 앉습니다. 짖는다거나 음식을 먹겠다고 난리를 피우거나 하지 않아요. 만약 들어갔는데 개가 난리를 피우고 아무 데나 마킹을 한다면 식당에 들어갈 수 없겠죠. 독일 같은 경우에는 대형견이든 소형견이든 개를 입양한 보호자는 따로 훈련소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사회화 훈련을 해서 개와 보호자가 조화롭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특별한 훈련이 아니에요. 하지만 당연히 필요한 훈련이죠. 저희도 그런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한국애견연맹에서도 반려인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애견연맹 송하경 신임 총재가 윤석열 당선인에게 반려동물 산업에 자율권을 보장해줄 것을 희망했다 (사진=한국애견연맹)
9. 지난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국내 대표 애견단체의 총재로서 당선인에게 요청하고 싶은 사항은 무엇인가요?
윤 당선인이 유기견들을 입양해서 키우고 계신 데, 정말 잘하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당선인의 반려견 ‘토리’가 진도견 믹스로 알고 있는데, 사실 그 정도 대형견은 집 안에서 기르기가 쉽지 않거든요. 털도 많이 빠지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잘 키우고 계시니 반려동물과 관련된 눈이 어느 정도 정확하지 않으실까 기대합니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부에서 자율권을 좀 더 보장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반려동물 업계와 반려인들이 잘 성장해 갈 수 있도록 공정한 시스템과 분위기를 조성해주시면, 아마 각자 잘해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0. 새로운 총재로 선출되시면서 한국애견연맹은 새로운 시점에 접어들었습니다. 신임 총재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신다면?
최근 우리나라 브리딩이나 반려동물 관련 업계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문화의 수준은 이에 비해 천천히 올라갈 수밖에 없죠. 제가 해외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너희가 반려견을 사랑하는 모습은 마치 한국인들이 소를 사랑하던 모습과 같다”고요. 해외에서 개들은 단순히 관상용이 아닌 분명한 역할을 가지고 사람의 삶과 생계에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품종이 다양해진 거예요. 테리어라는 품종이 있습니다. 이 개들은 밭의 농작물을 지키던 개였어요. 두더지가 농작물을 해치니까 그런 것들을 사냥하게 만들어진 품종이 테리어거든요. 닥스훈트 같은 품종은 앞발이 튼튼하고 짧은데 주둥이는 반대로 깁니다. 이 품종은 오소리가 발을 물기 전에 먼저 긴 주둥이로 먼저 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거예요. 이처럼 개에게 분명한 역할이 있던 문화 속에서 개와 사람이 진지하게 공존해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국내의 경우 사실 그 역할이 마땅히 없었죠. 집 지킨다고는 하는데 사실 그냥 다 풀어서 키웠으니 집도 잘 안 지켰고 그냥 잔반 처리나 하다가 단백질이 필요해지면 잡아먹었던 게 우리나라의 과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개 식용을 할 필요가 없어졌잖아요. 또 그게 지금의 흐름이고요.
저는 단순 관상용이나 정서적 교류 이상의 반려 문화가 한국에도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최근 국내의 문화가 빠르게 변화해가는 시기인데 이런 시기일 수록 한국애견연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 문화가 올바른 방향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사옥 옥상에 셰퍼드, 보더콜리, 포메라니안 등 다양한 반려견을 지척에 두고 늘 함께하며 행복해하는 송하경 신임 총재의 모습에서 한국애견연맹의 미래를 점쳐본다 (사진=권이민수 기자
인터뷰가 끝난 후, 송 신임 총재는 모나미 사옥의 옥상으로 취재진을 이끌었다. 송 신임 총재가 옥상에 마련된 반려견 하우스의 문을 열자 셰퍼드, 보더콜리, 포메라니안 등 다양한 반려견들이 뛰어나와 어울렸다. 반려견들은 송 신임 총재에게 달려와 안기기도 하고 다시 무리와 어울리기도 하며 자유를 만끽했다. 반려견들이 신나게 뛰노는 모습을 보며 취재진도 점차 빠져들었다.
어릴 땐 용돈을 알뜰히 모아서 반려견을 입양하고 굴지의 사업가로 성장한 후에도 여전히 반려동물과 삶을 공유하는 송 신임 총재. 그의 모습에 한국애견연맹의 미래를 기대해본다.